참고 도서 - 수전 손택(이재원 역, 2002), 『사진에 관하여』, 이후
사진의 사실성에 따른 진실성
사진의 왜곡 - 진실의 부재 : 수전 손택
수전 손택은 『사진에 관하여』를 통해, “카메라는 현실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포착한다는 생각도 있지만”, 사진가는 “사진이 어떻게 보여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기에 “피사체에 특정한 기준을 들이대기 마련”이기에, “사진도 회화나 데생처럼 이 세계를 해석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즉 “사진은 현실을 직접 보여주면서 현실인 체 가장하지만, 실은 현실이 아니라 이미지에 불과”하고, 이미지의 제작에는 의도가 개입하기에 제작된 사진 은 “현실을 왜곡하며 진실을 전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손택은 제작의 과정에 개입된 의도로 인해 진실이 왜곡 될 것뿐 아니라 사진의 소비에서 발생하는 왜곡에 대해서도 짚고 있다. 손택의 책 『사진에 관하여』는 4년에 걸쳐 집필한 총 여 섯편의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중 「시각의 영웅주의 The Heroism of Vision」을 통 해 손택은 현실을 왜곡한 이상화된 이미지로 사진이 소비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는 모든 곳에 존재함이 사진에 의해 드러났다. 사진을 찍기 위해 한껏 차린 사람들뿐만 아니라, 매력도 없고 호감도 안 가는 사람들도 각자의 아름다움을 할당받게 된 것이다.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은 더 이상 없”음을 이야기하며, 모든 사진이 아름다움으로 소비되는 것은 아름답지 않은 것조차 아름다운 것이 되는 사진의 왜곡을 의미한다. 편하게 찍은 “스냅사진조차도 흥미롭고, 우아하며, 이름”답다는 것은 일상적인 것 또한 아름답게 소비될 수 있는데, 이는 초현실주의의 낯설게 하기를 통해 가능하다.
1) 낯설게 하기
사진은 “항상 사건을 일으키고, 우연을 반겼으며, 무질서 즐”기는 초현실주의와 닮아있다. 초현실적 이라는 것은 “사진이 제시하고 이어주는 거리감, 예컨대 사회적이거나 시간적인 거리감”으로 대상을 낯설게 하기를 통해, 사진을 흥미롭게 바라보게 함과 동시에 아름다움으로 소비될 수 있게 한다. 또한 “초현실주의적 기호에 따르면 잔인함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1960년 말, w. 유진 스미스가 일본의 어촌 미나마타현의 수은중독으로 죽어가는 주민의 사진을 들어 “고통을 기록했기에 우리를 감동”시키고, “초현실주의가 주장한 아름다움의 기준에 부응하는 고뇌를 찍었기에 거리감을 느끼게” 만든다.
2) 맥락과 용도
손택에 따르면, “사진은 어떤 맥락에서 보이는가에 따라서도 달리 보”이며, 사진은 “늘 특정맥락에 놓이기 때문에 그 의미도 변질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사진의 원래 의미를 보장해 줄 수 없으며, 사진은 맥락과 용도에 따라 왜곡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선 미나마타 현의 사진도 (인화지, 화랑, 정치 집회, 경찰 서류, 사진 잡지, 일간지, 책, 거실 벽 등)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 달라 보이며, “미군의 폭격으로 빚어진 참상을 설명해 주는 베트남인의 말을 동정 어린 표정으로 듣고 있는 제인 폰다의 사진이 프랑스의 시사주간지에 실렸을 때 또한 사 진의 원래 의미는 완전히 뒤집어져 버렸다.” 하지만 이 사진의 의미가 바뀌게 된 것은 사진에 붙여놓은 사진설명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사진 설명이 맥락과 용도에 따른 사진의 왜곡을 막을 수 있을까. “사진을 유행의 황폐함 에서 구해내 그 사진의 혁명적 사용가치를 부여”할 수도 있다는 벤야민의 말처럼, “말이 이 미지를 구해주리라”고 기대해 볼 수 있다. 이에 손택은, “아무리 정확할지라도 사진설명은 사진에 대한 특정한 해석, 그것도 지극히 제한된 해석일 수밖에 없”으며, 또한 “설명을 정확 히 붙인 사진조차도 아름다움을 좇게 된다.”고 반박한다. 20세기 초 미국의 방적공장과 광 산에서 착취당하던 아이들을 찍은 루이스 하인의 사진은 시대의 당면한 문제를 보여준 것이 아니라 “사진의 아름다운 구성과 우아한 원근법이” 사진에 있었으며, 1943년 바르샤바 유태인 강제거주 지역에서 찍힌 쫓겨나던 어린 유태인 소년의 사진 역시 아름답게 소비된 것을 손택 은 예시로 들고 있다.
결론
“사진은 조작된 이미지의 역사 외에 아무것도 아니"며 “디지털 기술은 ‘보통의(normal)’ 사진을 전복시킨 것이 아니다.” 디지털 사진의 등장 이전의 사진은 태초부터 사진가의 의도 에 따라 “그가 포착하고자 하는 것을 그 자신이 바라보고, 한정하며, 틀에 집어넣”는 과정을 통해 포착하는 과정에서 왜곡이 발생하며, 생산된 사진의 소비 과정에서 이미지가 읽히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서로 다른 문화적, 사회적 경험들과 맥락과 용도 등 다양한 배경이 다른 해석을 유발하며, 왜곡은 또 한 번 발생한다. 사진은 현실을 이미지 속에 그대로 담아냄으로 현실인척 하지만, 실은 현실이 아니라 이미지에 불과한 것이며, 사진은 현실을 왜곡하기 에 실재를 담은 실제이긴 하지만, 진실을 전할 수 없다. 사진은 현실이면서도 이미지로서 실재에 대한 해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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