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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동시대 미술에서의 조각 : 최하늘 <스트레칭 하는 애>

by flame52 2023.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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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미술에서 조각의 존재 방식과 관람 방식, 그리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최하늘의 작품 <스트레칭하는 애>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동시대 미술에서의 조각 : 최하늘 <스트레칭 하는 애>

- 조각의 디지털로의 존재방식, 관람방식, 그리고 디지털 조각의 나아갈 방향

 오늘날 다양한 기술과 매체로 인해 빠르게 분화되는 디지털 세계로의 전환은 동시대 미 술에도 영향을 미치며, 예술 장르 의 변화뿐 아니라, 디지털 기술 기반의 새로운 예술 매 체의 출현으로 예술 작품의 근본적인 존재 양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동시대 미 술에서 조각은 디지털세계로의 전환 속에서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데이비드 조슬릿은 그의 책 『예술 이후 after art』를 통해 변화한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 속에서 각기 다른 흐름과 관계들을 창출하는 동시대 미술 실천들을 통해 예술의 개념과 생 태를 재 정의한 바 있다. 조슬릿에 따르면, “장소 특징성의 보증을 받아 진품성과 권위를 발산하는 후광이 아니라, 어디에든 존재하”며, “단일한 물체나 단일한 사건의 행위성 grency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군집의 창발적 emergent 행동에서” 발생하며, “아우라 가 있던 자리에 이제는 윙윙거림 buzz”이을 통해 가치를 생산한다. 즉, 조각이 동시대미술 의 전환 속에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오브제를 벗어나 비장소성, 비물질성, 가변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각이 비물질로서 존재가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떤 방 식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최하늘

 최근 비물질적 조각 작품으로 <그레이박스:수집에서 전시까지>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된 바 있는 <스트레칭 하는 애>는, 최하늘 작가의 조각 작품으로, 웹 플랫폼 < sujanggo수장고 >를 통해 실물조각이 아닌 3D로 스캔되고 데이터 화 된 디지털 조각 작품이다. 디지털로의 변화를 통해 조각의 물리적인 오브제라는 물질성을 탈피하여 가변적인 비물질성을 갖게 된 것이다. 디지털 조각으로의 변환 이전의 <스트 레칭 하는 애> 실물조각은 2019년 <관람자조각>으로 불리며, ‘14 steps’라는 전시를 통해 선보인 바 있다. 이후 조각에 씌워진 장치들이 재거된 채 조각 고유함 그대로를 유지하며 'Qculpture Group-안고 있는 애들(Hug), 벌 받는 애(Punishment), 쉬는 애(Rest), 스트 레칭 하는 애(Stretch)'라는 명제로 전시되었다. 작품은, ‘미니멀 조각과 기념비 조각으로 상징된 ‘타자’들이 서로 사랑하고 연애하고, 임신, 출산하는 6일간 벌였던 조각극을 통해 조각 역시 언젠가 태어나고 죽으며, 계속해서 모두가 움직이는 무용 공동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전시장에 설치되었다. 작가는 맥락에 따라 형태와 모습을 변화시키며 “주변의 다 양한 환경과 이슈로부터 조각의 가능성, 그리고 의의를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다. 또한 자신이 바라보는 사회에 대한 관점과 조각에 대한 시선을 통해 사회 일부를 조각으로 만들 어 나가며, 이미지와 공존하는 현대 조각의 위치에 대한 고민 해왔다. <관람자조각>에서 Qclpture Group로 전시되었던 조각은 서사적 맥락에 따른 형태적인 모습의 변화를 가 져왔다면, 이후 < sujanggo수장고 >를 통해 디지털 조각으로 변화한 <스트레칭하는 애>는 물질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자유로운 변형과 공유가 가능한 3D 조각이미지로 진화했다. 현재 <스트레칭하는 애>는 실물은 존재하지 않고 폐기되어 데이터화된 파일로만 남게 됨으로써, 이제 <스트레칭하는 애>는 완벽한 디지털 조각이 되어 장소적, 물리적, 시간성에 따른 물질이 갖는 한계를 넘어서게 된 것이다. 이는 조슬릿이 포맷 개념인 “새로운 내용의 생산이 아닌 다시 틀 짜기 reframing, 포착하기 capturing, 되풀이하기 reiterating, 기록하기 documenting라는 행위를 통해” 내용을 검색 가능하게 하게 하여, 그 핵심에 연결성을 이야기했듯, <스트레칭하는 애>는 디지털 조각으로 다시 틀을 짜고 기록되어, 웹 플랫폼  < sujanggo수장고 >를 통해 검색되고 어디든 존재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 연결성을 갖게 한다. 이는 또한 조각 또한 디지털 조각으로의 전환을 통해 이미지폭발과도 같은 힘을 갖 게 될 수 있음을 보인다.

관람방식의 변화

디지털 조각으로의 변화는 디지털 네트워크 속 동시대 미술의 실천의 변화뿐 아니라 이는 새로운 관람 방식을 제안하는 것으로도 변화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스트레칭 하는 애>는 웹 플랫폼  < sujanggo수장고 >의 조각 감상 지침을 통해 설명 된 바, 최근 전시 설명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데이터 파일 자체에 다양한 색감과 질감을 입히고 여러 형태로 가공해 변주함으로써 이 미지로서 디지털 조각의 물성을 감각하게 하는 4 채널 비디오와 웹상에 기록된 원본 조각의 크기와 형태 정보를 반영하여 3D 프린트 기업으로 재제작한 조각 오브제를 설치하는 두 가지 형태로 제시된다. 조각의 지지대가 되는 바닥을 훤히 드러내며 전시 공간 위를 부 유하는 이 오브제에는 두 개의 QR코드가 부착되어 있다. 하나는 < sujanggo수장고 >로 다른 하나는 인스타그램 AR필터를 매개로 다변화하며 전시공간을 종횡무진 떠돌게 된다. - <그레이박스:수집에서 전시까지> 부산현대미술관 전시 도록 수록 내용 참조.

 웹 플랫폼 < sujanggo수장고 >를 통해 3D로 전환된 최하늘의 디지털 조각 <스트레칭 하 는 애>는 이제 더 이상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어디든 존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여 러 형태로 가공하여 변주함으로 그 군집성을 가질 수도 있게 되었다. 이는 조슬릿이 재 정 의한 예술개념과 생태와 맞물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디지털 조각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 sujanggo수장고 >웹사이트에서 보존된 조각 데이터를 다운로드할 수 있으며, 다운로드한 데이터를 일정한 조건 아래 변형시켜 2차 창작물을 만들고 유포할 수 있다. 인터넷 환경에 서 원본이 여러 유저와 플랫폼 사이를 이리저리 떠돌며 새로운 맥락을 도출해 내듯이,  < sujanggo수장고 >는 데이터가 가진 복제와 공유의 특성을 이용하여 비물질적 매체의 체험 가능성을 찾”는다. 이는 조슬릿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오브제 미학’에서 ‘네트워크 미 학’으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이며, 또한 “유동하는 네트워크 속에서 끊임없이 개인 되며 정체 성과 의미를 형성하는 변환과 통용의 행위자”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 sujanggo수장고 >에는 최하늘을 비롯해 3d knittinger(김혜원) 한진, 곽인탄, 권오상, 김한나라, 돈선 필, 박미정, 이동훈, 이영, 이유성, 이진영, 이충현, 임재균, 정성진, 정유진, 조이솝, 차슬 아, 최고은, 최하늘, 홍기하, 황수연의 작품 또한 데이터가 된 작품들도 있다.  < sujanggo수장고 >에서 조각은 더 이상 장소에 국한되지 않으며, 비물질적이면서도 관계 적인 부분까지 포함한 조슬릿의 ‘네트워크 미학’을 완벽하게 재현하기라도 하는 듯, 우리에 게 보여주고, 또 이야기하고 있다.

 

다양한 활동으로 데이터를 활용하며 작품을 감각하는 방식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경험해 보세요. 우리의 데이터를 더 멀리 퍼트려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주세요.
- SUJANGGO수장고 웹사이트(https://sujanggo.com/basestation) Introduction 참고.

 예술작품의 의미가 “사물성이나 내부 구조에서 기반하는 것에서 탈피해 이미지의 행위성에 방점을 두며, 또한 비물질화, 디지털화 되어가는 동시대 미술”10)에서 철저하게 물질과 장소성에 기반한 조각이 아닌, 최하늘과 웹 플랫폼 < sujanggo수장고 >의 디지털 조각<스트 레칭 하는 애>를 조슬릿의 ‘네트워크 미학’ 개념을 바탕으로 살펴보았다. <스트레칭하는 애>는 조각 또한 데이터화될 수 있고, 데이터화된 조각이 동시대 예술에서의 흐름 속에 서 어떻게 작용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에 대해 새롭게 숙고해 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 했으며, 물리적 오브제가 아닌 이미지로서의 조각 개념인 디지털 조각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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