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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획
2002년에 쓰인 박물관학개론(저자 이보아)에서 전시기획에 대해 말하길,
- 전시는 관람객과 전시 대상물 사이의 새로운 소통 체계를 구축하여 의미의 공유를 유발하는 중재적 행위이며, 전시회란 인간 역사와 주변 환경의 물질적인 증거와 연관된 정보·사고·감정을 주로 3차원의 시각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하는 의사소통 방법이다. - Edson, G. & Dean, D. (1996). The Handbook for Museums. London:Routledge. p.149.
- ‘전시’와 ‘디스플레이’는 그 용어를 사용하는 기관이나 사람에 따라서 의미가 임의적으로 변화하고, 사전적인 정의는 어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저자는 두 가지 용어의 차이점을 ‘전시를 제작하는 단순한 행위’ 때문이 아니라 ‘전시 기획자의 제작 의도(학술성과 교육성)와 목적(영리성과 비영리성)’에 두고 있다.
전시 보여주는 것. 무엇을 위해? 그 목적
전시기획이라는게 갤러리에 진열되어 팔려나가는 작품들에도 기획이라는 말이 붙여져야 하는지 혹은, 기획된 전시 속에서 팔려나가는 작품들이 존재하는 것에 대해 진열이라고 표현해야 하는지, 사실 상품의 진열과 작품의 전시가 그런 이유와 목적으로 바라본다면, 더 잘 팔리고 싶다는 그 하나의 목적에 따라 잘 보이기(잘 보이는 것에는 또 여러 가지의 뜻이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기도 하고) 위함인 건데, 그럼 진열과 전시는 그저 고급스러움과 저급스럽게 취급되는 상술 정도로만 나누어지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겠지?
전시 진짜 목적
기획은, 최소한 어떠한 내러티브 안에 있는 것.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판매하고자하는 것에 앞서 있을 때가 아닐까. 이게 상업 갤러리와 공공미술관의 선을 그어주는 경계가 아닐까 한다. 또한 전시와 진열의 차이이기도 하면서 말이다.
요즘 전시에 관한 생각
있는 그대로 고지식하게 설명하는 것은 기획으로 너무 빈약하다.
반대로 작품이 가진 의미나 각 작품들 간의 관계를 광범위하게 추상적으로 풀어헤치면 자칫 또 산만해질 수 있다. 지나치게 현학적이거나 하나의 주제에 꼭 맞춰 작품들을 구성해도 관람객의 자율도가 떨어지며 피곤하고 따분한 전시가 된다. 최근 본 전시는 하나의 주위로부터 꽤 호평을 얻은 기획임에도 불구하고 내겐 너무 갑갑하게 느껴졌다. 감독이 정한 주제에 각 섹션 모든 작품의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면서 마치 그 주제를 주입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방만한 예술도 싫지만 예술이 가르치려 든다고 느끼는 순간 상상은 억압되고 즐거움은 그것으로부터 이탈한다.
-퍼블릭아트 no.194(202211) 정일주 편집장 글 중
그렇다면 전시기획에서 둘로 나눠보는 건 어떨까.
비주얼적으로 돋보이게 늘어놓기와 철학을 담아 틀에 껴맞추기
1. 비주얼적으로 돋보이게 늘어놓기
- 비주얼적으로 돋보이게에서 대림미술관을 떠올려봤다.
대림미술관은 DDP와 구슬모아 당구장과 더불어 매 전시가 어떤 맥락보다 우위에 뭔가 감각적인 것들을 추구하는 듯했다. 흡사 무대연출 같은 느낌이 들 정도. 넘치는 느낌이 있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걸 기대하며 찾아가는 곳.
(현재는 전시 준비 중이다.) - 대림미술관 홈페이지 https://daelimmuseum.org/
D MUSEUM | DAELIM MUSEUM | 구슬모아당구장
daelimmuseum.org
2. 철학을 담아 틀에 껴맞추기
- 아트선재센터를 떠올려봤다. '아트선재센터는 실험적인 미술의 형태를 지향한다.'(아트선재 홈페이지 발췌)
- 이유는 하나다. 가면 잘 이해가 안 된다. 동시대미술의 트렌드처럼 개념과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면 너넨 들어올 수 없다는 어떤 경계가 있는 느낌이다. 왜냐하면, 엄청난 작품이 기획된 공간 속에 모여 있는 게 그저 난해한 것들의 집합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전공자에겐 추천되지 않더라.
- 그럼에도 또 그걸 기대하며 아트선재로 간다. 뭔지 모르겠는 그 멋짐이 또 좋다.
보라! 전시장 까지 가보지 않아도, 이미 벌써 두 홈페이지 느낌부터가 다르다.
결론
전시는 창의적인 일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작가 그 이상으로 전시기획자의 기획된 전시도 하나의 창작물로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학예사가 학예연구라는 이름으로 학문적인 느낌을 주는 거 같지만, 사실 그들은 창의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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